종교 개혁가인 마틴루터는 종종 밥을 먹고 나서는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어서라도 음식을 마련해 준 주인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농담을 하곤하였다 한다. 일본에는 음식접대에 대한 인사말로 "고찌소사마(御馳走樣)데 이다시마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뜻은 '음식을 만드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수고해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주어 고맙습니다,'라는 말이란다.([출처] 요리사의 전설|작성자 정우동) 

이는 우리 조상들의 '음식을 대접받거든 트림을 해서 잘 먹었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라고 음식 해 내준 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과 하나도 틀리지 않다.

20세기 초에 근대 프랑스 요리를 집대성해서 현대와의 다리를 놓은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를 기점으로, <<미슐랭 가이드>> 초창기 스타인 보퀴즈나 뒤멘, 앙드레 픽의 시기를 거쳐 누벨 퀴진이 싹트고 1973년 고와 미요의 선언에 의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된다. 

누벨 퀴진의 창시자인 보퀴즈, 트와그로, 우티에나 제 1세대인 자크 픽, 프레디 지라르데, 베르나르 루아조 등이 활약한 뒤 누벨 퀴진이 쇠퇴하자, 1980년대에는 그 기본이념을 계승하면서 독자적인 콘셉트에 토대한 요리세계를 구축한 요리인이 두각을 나타냈다. 조엘 로뷔숑(완벽주의), 자크 막시맹(개념주의), 피에르 가니에르(가니에르주의), 미셸 브라(자연주의), 알랭 뒤카스(지중해주의)다. 이들 거물 요리인을 마지막으로 프랑스가 지배적이던 시대는 종말을 고한다.(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 / p273)  

이렇듯 음식은 생존의 의미에서 미식으로 발전하면서 수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그 중심에 훌륭한 요리사들이 있었고 그 요리를 사랑하는 미식가들이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미식선진국이라는 프랑스도 16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느 공주와 앙리 2세가 결혼하면서 포크와 나이프 사용을 전파하였지만 이후에도 손으로 식사하는 습관이 여전했던 나라다.

우리의 음식문화도 중구난방, 좌충우돌하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분명 그것은 진보였고 발전이었다

결국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음식도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힘들고 어렵지만 고생스럽거나 불행하지 않다.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는 것처럼 우리의 음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묻고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그 가운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론을 정리하고 체계화 하면서 확고한 믿음을 쌓아가고 그것이 하나의 장르로 굳어 가는 것, 또한 그렇게 되로록 노력하는 것이 이 일을 먼저 시작한 이의 의무가 될 것이다.

나는 길들여 지지 않는 야생의 날것스러움과  야만의 시대, 그 순수를 동경한다. 그 순간이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 솔직함이요 숭고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요리는 다소 거칠고 투박하면서 숙달된 현란함은 없지만 생존이 절실한 간절함으로 공동운명체의 염원을 담아 낼 수 있는 진실함을 원한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Primitivism(원시주의) Barbekue(바비큐)』인 것이다.

요리사(Cook)라고 불리는 것은 고사하고 오래 요리해 온 사람들에게 존경의 의미로 붙이는 영예로운 호칭인 세프(Chef)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 보다 바비큐는 제사장(Chief of the Ritual)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권력지향적이기 않고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박애주의적 제사장이 되어야 한다.  

음식은 종교와 같이 절실하고 진실한 것이다. 세련된 포크와 나이프사용하던 일상의 손을 사용하던 그것은 존중받아야 할 숭고한 행위인 것이다.

지금의 요리는 풍부한 재료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레시피로 화려해 지고 장르를 뛰어넘는 크로스 오버로 전위적이면서 황홀해 졌지만 그 근본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안타깝다.

나의 요리는 거꾸로 간다, 

언제인지 모를 그 원시적 순간으로 끝없이 끝없이 되돌아 간다. 

그것이 Primitivism Barbekue인 것이다.